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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 1:1-4] 누가가 쓰는 복음 이야기누가복음 삐딱하게 보기 2020. 1. 23. 10:36
누가복음은 데오빌로라는 사람에게 쓰여진 글입니다. 데오빌로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자료는 없습니다. 혹자는 가상의 인물이라고도 말하지요. 일단 누가의 말들을 통해서 우리가 데오빌로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각하'라고 불려질만큼 꽤 고위층에 속한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누가복음은 부자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누가복음은 부유한 자들에게 쓰는 가난한 자를 위한 복음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가는 이글을 데오빌로가 알고 있는 것을 확고히 하기 위해 썼다고 말합니다. 아마 데오빌로는 그 전에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접하고 그리스도를 영접한 사람일 것입니다. 하지만 누가는 복음서라는 신화(이야기)를 통해 그가 접한 것이 단순히 이론이 아닌 그의 가치와 세계를 형성하게 도와주려 하고 있습니다.요즘 읽고 있는크로산의 <어두운 간격>이라는 책에서 크로산은 신화와 비유를 비교하면서 신화는 세계 가운데 있는 모순들을 화해시키는 역할을 하는 반면 비유는 형성된 세계를 전복시킨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신화는 세계를 설립하는 기능을 하지만 비유는 설립된 세계를 상대화 시키고 헤체시켜 신화가 가지고 있는 모순들을 드러낸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비유가 인간이 신을 만나는 '세계의 경계'를 경험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누가복음은 신화의 형태를 띤 하나의 큰 비유입니다. 이 비유는 현실의 가치를 전복시키고 상대화 시키며 하나님을 바라보게 합니다. 당연히 주어져야 할 자에게 주어지리라 예상했던 것들이 주어지지 말아야 한다고 여겨지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은혜의 복음입니다. 아브라함의 씨가 아닌 이방인이었던 자들에게 하나님의 복음이 전해지는 그런 은혜 말입니다. 그리고 또한 비유는 하나님이 당연히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들에게서 떠나 함께 있어선 안된다고 여겨졌던 자들과 함께 하셨던 새로운 가치관과 세계관을 이야기합니다.
누가는 비유를 전합니다. 그것이 데오빌로의 인생을 바꾼 것이고 그가 만난 하나님의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내가 만들어 내는 말과 글은 다른 누군가를 향해 하나님의 흔적을 경험하게 하는가? 썩어빠진 가짜 신화로 가득한 세상에 진정한 비유꾼이 되길 바라며...'누가복음 삐딱하게 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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