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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열매가 되어”(고전 15:20–22)성서조선 2.0 2020. 4. 12. 08:37
고린도전서 말씀에서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심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첫 열매가 되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첫 열매란 추수 때가 되어 열매를 수확할 때 첫번째 수확하는 열매를 말합니다.
출애굽기 23장 16절에 따르면 이스라엘 민족은 첫 열매를 거둘 때 즈음하여 맥추절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연말에 수확한 것들을 거두어 저장할 때 즈음하여 수장절을 지켰습니다. 두가지 절기는 추수의 시작과 끝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의 농부들은 맥추절에 거두는 첫 열매를 보고 다른 열매들도 수확할만큼 잘 익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즉, 첫 열매는 이제 추수해도 된다는 증거같은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 민족에게 맥추절에 드리는 첫 열매는 열매를 맺기까지 역사하신 하나님의 보호하심에 감사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수확할 열매들도 하나님의 보호하심 가운데 있기를 소망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첫 열매는 맥추절부터 수장절까지 수확될 열매들을 보증하고 동시에 소망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바울이 말씀에서 아담과 예수님을 대비시키면서 죽음과 생명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 첫 열매는 뒤이어지는 열매들이 어떤 열매일지를 보여주고 보증하는 역할을 합니다. 흔히 우리는 아담이 죄를 지어서 우리가 죄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대표성의 의미를 오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담이 죄를 지어서 우리가 죄인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죄인이기 때문에 성경이 아담의 사건을 통해 그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아담은 죽을 수 밖에 없는 모든 인간의 첫 열매입니다. 아담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모든 인간이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임을 알게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아담의 시대에 속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선언이 나타납니다. 하나님께서 죽은 자 가운데 있던 예수님을 일으키심으로 그를 믿는(그에게 속한) 우리들에게 더 이상 죽음이 왕노릇 하지 못할 것을 보이셨습니다.(롬 8:11) 왜냐하면 그리스도가 그를 믿는 우리를 대표하는 새로운 생명의 첫 열매가 되셨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마치 커다란 컨테이너 속에 들어있는 과일 중에 하나를 꺼내어 검사하는 것과 같습니다. 샘플로 검사한 그 과일의 상태가 같은 컨테이너에 담긴 나머지 과일의 상태를 보증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를 믿음으로 그가 대표하는 컨테이너에 들어가는 것(속하는 것)입니다. 첫 열매는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그에게 속한 이들을 위한 것일 때 비로소 의미를 갖습니다.
그런데, 성경에서 첫 열매라는 말은 단순하게 예수님에게만 사용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형제요 예루살렘 교회의 수장이었던 야고보는 그의 편지에서 “우리로 한 첫 열매가 되게 하시려고 자기의 뜻을 따라 진리의 말씀으로 우리를 낳으셨느니라(약 1:18)”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이유가 우리 뿐 아니라 또한 다른 이들을 향해 있음을 알게 해줍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위한 부활의 첫 열매가 되셨던 것처럼 우리는 또한 다른 이들을 위한 부활의 첫 열매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첫 열매를 수확하는 농부는 앞으로 추수할 더 많은 수확을 기대하며 첫 열매를 거둡니다. 이처럼 첫 열매에는 다가올 수확에 대한 기대와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잃어버린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소망이 되셔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셨습니다. 우리가 부활의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은 이처럼 하나님의 꿈을 함께 꾸는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활은 꿈입니다. 부활은 기대입니다. 그리고 부활은 소망입니다.
비록 생명보다는 죽음이 가까워 보이는 오늘의 삶일찌라도 우리는 그 죽음이 우리를 절망에 가두어놓을 수 없음을 압니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하나님께서 또한 우리를 당신의 소망의 증거로 부르셨기 때문입니다. 부활은 부활하는 자 자신을 위해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마술쇼가 아닙니다. 그것은 오롯이 나 아닌 이들을 사망에서 생명으로 인도하는 상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부활의 아침을 맞는 오늘 우리 교회가 이처럼 세상을 향한 생명의 증거가 되길 기도합니다.
Happy E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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