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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어버린 하나님
    성서조선 2.0 2019. 11. 14. 09:00

     

    우리 구원의 과정은 종종 잃어버린 자를 찾으시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런 이미지는 복음서에 나오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예수의 비유들을 통해 잘 드러난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하나님은 우리를 왜 잃어버리셨나?" 물론 이런 물음에는 정해진 답이 있다. 바로 인간의 죄의 문제... 아담과 하와, 원죄, 이스라엘의 배신 등... 우리가 하나님을 싫어 떠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해답이 우리 삶의 환경에 적절하게 들어맞는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중세때처럼 내가 원치 않게 기독교인으로 태어났다가 그를 떠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를 떠나온 경험보다는 잃어버림 속에서 태어나서 내가 원치 않게 떠나옴 당하기 때문이다.

    놀이공원에 놀러간 어머니가 사람들 속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다. 이 아이를 다시 찾았을 때 어머니는 아이를 꾸짖을 것이다. "엄마가 손 꼭 잡고 있으랬잖아!! 어디 갔었어?!" 그런데 만약 그 잃어버린 아이를 20년만에 찾았다고 해보자 어른이 된 아이는 부모를 만나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왜 날 잃어버리셨나요?" 잃어버림의 책임은 부모에게 있는가? 아니면 자식에게 있는가? 사실 놀이공원에서 잃어버린 아이를 되찾고 나서 꾸짖는 부모의 마음 역시 아이의 잘못을 꾸짖기 위함이기보다는 아이를 찾았다는 안도감과 아이를 챙기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하는 소리일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전능하심에 대해서 자주 말한다. 그러다보니 거기에 상처를 내지 않기 위해서 탕자를 죄인으로 만든다. 하지만 그를 방탕한 아들로 만든 아버지는 깨끗한가? 왜 우리는 잃어버린 이들을 향해 "하나님이 널 잃어버려서 미안하다고 하셔" "하나님이 널 지키지 못한 그날을 죽음처럼 후회하고 계셔" "하나님이 온 인생을 바쳐 지금껏 너를 찾고 계셨어" "미안해, 잘못했어"라고 말하지 못하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은 사실 다른 이의 채무를 대신 갚는 유대 제사적 대속의 개념이나 노예를 돈주고 사는 헬라적 의미가 아니라 잃어버린 아이를 자기 목숨까지 내어서라도 찾고 싶었던 성부수난적 죽음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를 잃어버린 하나님은 왜 항상 당당한가? 우리가 떠났다고 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은 사실 잃어버린 아이를 맘에 없는 말로 꾸짖는 엄마의 말과 같은 것은 아닐까? 그가 죄에 대해서 말할 때 사실 그것은 자기를 향한 채찍이 아닐까? 십자가로 걸어가는 길에 맞았던 그 채찍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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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예배를 드리다가 오랫만에 참 감사하게도 불경한(?) 묵상을 하게 되어 글을 옮겨본다. 물론 이런 생각이 과거에 이단으로 정죄받았던 양태론이라는 맥락속에 있는 것이라는 점을 미리 말해놓는다. 하지만 몰트만 이후에 십자가의 수난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이런 읽기도 가능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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