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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돔에 대한 오해
    성서조선 2.0 2019. 12. 11. 23:10

    창세기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의 이야기는 흔히 동성애를 경계하는 성서 본문으로 자주 인용되곤 한다. 소돔과 고모라가 성적으로 타락하였고 그 안에 동성연애가 만연했던 것이 소돔과 고모라가 심판을 받은 이유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경의 본문을 이렇게 읽는 것은 많은 오해에 근거한다.

    먼저 소돔성과 동성연애를 연결시키는 많은 많은 근거 중에 하나가 바로 소돔이라는 이름 자체가 동성연애를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동성연애를 뜻하는 영어 sodomy는 성경의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하지만 이것을 근거로 소돔과 동성연애를 연결시키는 것은 앞뒤가 바뀐 해석이다.

    왜냐하면 동성연애를 의미하는 sodomy는 소돔을 동성연애와 연결시키는 성경해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본래 소돔 도시 이름이 동성연애와 연결된 뜻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성경해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성경해석이 있었고 그 해석에 근거해서 새로운 현상에 관한 단어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정작 '소돔'이라는 도시의 이름은 '불태우다'라는 단어로부터 파생되었다.

    소돔성과 동성연애를 연결시키는 두번째 근거는 소돔사람들이 방문한 천사들을 내어달라며 롯에게 했던 말에서 나타난다. 

    롯을 부르고 그에게 이르되 오늘 밤에 네게 온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 이끌어 내라 우리가 그들을 상관하리라(창 19:5)

    여기서 '상관하다'라고 번역된 문장의 원어가 히브리어 '야다'인데 이것이 부부간에 은밀한 관계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돔사람들이 그들과 '야다'하겠다는 말은 그들을 성적으로 겁탈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 행위는 동성연애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문맥을 벗어난 구시대적 원어 해석방식일 뿐이다. 문맥을 무시하고 어원을 추적해서 단어의 의미를 풀어내는 해석방식은 설교를 하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본래 문장의 의미를 왜곡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현대 언어학에서는 주의를 요하거나 거부되고 있는 해석방식이다. 

    '야다'의 기본적인 의미는 '알다'이다. 즉, '야다'가 그런 친밀한 지식을 의미하는 경우에도 사용될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자주 사용되는 번역어는 일반적인 의미의 '알다'라는 뜻이다. 언젠가 한 이단 단체의 대표가 창세기의 선악과 사건을 해석하면서 선악과를 '따먹는다'는 문장을 우리말 은어인 남자가 여자를 성적으로 범하는 행위와 연결시켜서 해석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남자가 여자랑 잠자리를 가질 때 '따먹는다'고 하지 않는냐, 그러니 선악과를 따먹었다는 것은 성적인 관계를 가졌다는 의미다"라고 했다. 물론 '따먹다'는 단어가 그런 의미로 사용되어질 수 있지만 은어로 사용되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문장에서 가장 먼저 선택되어야 하는 의미는 '높이 있는 무언가를 채취해서 섭취한다'는 의미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모든 '따먹다'라는 단어를 성적인 의미로 해석한다면 그 사람은 사회생활은 가능하냐?

    창세기에서 소돔 사람들이 말하는 문장은 '우리가 그들에 대해서 좀 알아봐야겠다'라는 뜻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안에 성적 수치심을 주려는 의도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을 뿐이지, 이 문장만으로 그들이 동성연애자라고 말하는 것은 문장 자체를 오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돔사람들을 대하는 롯의 대처는 그들이 동성연애자라는 전제를 거부한다. 롯의 집에 찾아온 천사들을 요청하는 소돔사람들 앞에 롯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게 남자를 가까이 하지 아니한 두 딸이 있노라 청하건대 내가 그들을 너희에게로 이끌어 내리니 너희 눈에 좋을 대로 그들에게 행하고 이 사람들은 내 집에 들어왔은즉 이 사람들에게는 아무 일도 저지르지 말라 (창 19:8)

    롯은 지금 자신의 두 딸을 희생하면서까지 천사들을 지키기 위한 딜을 하려고 한다. 딜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받아들일만한 제안을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소돔사람들이 동성애자였으면, 그리고 그들이 동성연애를 하려고 했던 것이라면, 왜 롯은 자신의 두 딸을 대신 내어주겠다고 했겠는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여자를 범하려는 강간범에게 그러지 말라면서 대신 내 아들을 주겠다고 한다면 그 강간범은 여자를 포기하고 아들을 받을까? 여성을 탐하는 이에게 대신 남성을 주는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 것처럼 남성을 탐하는 동성연애자에게 여성을 댓가로 내미는 것은 애초에 말이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롯은 이 거래가 먹힐 것이라 기대하고 또 그러길 바라고 있다. 이는 롯이 소돔사람들을 동성애자가 아니라 이성애자라고 생각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소돔땅은 왜 멸망했는가? 성경의 대답은 간단하다. 동성애가 아니라 의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이 천사들을 붙들고 말했듯이 의인 10명이 없었기에 소돔은 하나님의 분노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 죄악에 대한 대답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선지자에 의해서 지적된다.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내가 나의 삶을 두고 맹세하노니 네 아우 소돔 곧 그와 그의 딸들은 너와 네 딸들의 행위 같이 행하지 아니하였느니라 네 아우 소돔의 죄악은 이러하니 그와 그의 딸들에게 교만함과 음식물의 풍족함과 태평함이 있음이며 또 그가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도와 주지 아니하며 거만하여 가증한 일을 내 앞에서 행하였음이라 그러므로 내가 보고 곧 그들을 없이 하였느니라 (겔 16:48~50)

    창세기에 나타나는 소돔 이야기는 그 어떤 부분도 동성애와 연결되지 않다. 성경의 저자나 등장인물 중 누구 하나도 동성애를 전제하거나 기대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동성애가 옳다 그르다 각자의 해석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근거인 성경의 해석에 대해서는 항상 신중해야 할 것이다. 진리의 집은 모래 위에 지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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